반도체가 무너진 날, 콜라 회사는 최고가였어요
같은 날 같은 시장에서 정반대 일이 벌어졌어요. 한 시장 안에도 서로 다른 계절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7월 29일은 반도체 주식에 최악의 날이었어요. 미국에서 AMD가 5%, 마이크론이 약 2% 떨어지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49% 하락한 흐름이 아시아로 넘어와,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처음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까지 갔어요. 그런데 같은 시기 같은 미국 시장에서 코카콜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같은 날, 정반대 결과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시장이 흔들릴 때 모든 주식이 똑같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오래 관찰된 패턴이에요. 반도체는 급락하고 음료 회사는 최고가를 쓰는 날이 실제로 존재해요. 왜 이렇게 갈리는지 알면 '지수가 빠졌다'는 뉴스를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요.
필수소비재가 뭐예요?
음식, 음료, 세제, 화장지처럼 경기가 좋든 나쁘든 사람들이 계속 사는 물건을 다루는 업종을 필수소비재라고 불러요. 월급이 줄어도 콜라를 아예 안 마시게 되지는 않아요. 반대로 경기가 좋아져도 콜라를 갑자기 세 배로 마시지도 않아요.
그래서 이 업종의 매출은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튀지 않아요. 실적을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예측이 쉬우면 주가도 급하게 재평가되지 않아요. 코카콜라가 1990년대 10년 동안 주가가 약 일곱 배 오른 것도 폭발적인 성장 때문이 아니라 꾸준함이 오래 쌓인 결과였어요. 워런 버핏이 1980년대 후반 평균 3달러 안팎에 이 회사 주식 4억 주를 사들인 것도 그 꾸준함을 본 판단이었어요.
반도체는 왜 다르게 움직여요?
반도체는 성격이 정반대예요. 이 업종의 매출은 다른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어요.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면 반도체 회사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요. 반대로 투자를 줄이면 매출도 급하게 줄어요. 기업이 공장이나 장비처럼 오래 쓰는 자산에 쓰는 돈을 설비투자라고 하는데, 반도체 실적은 이 설비투자에 직접 묶여 있어요.
그래서 7월 29일의 급락은 실적 발표 때문이 아니었어요. AI 설비투자가 계속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어요. 빅테크가 쏟아붓는 돈이 그만큼의 매출로 돌아오는지 시장이 다시 따져보기 시작하자, 그 투자에 매출이 걸려 있는 반도체가 먼저 흔들렸어요.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에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럼 경기방어주만 사면 되나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실적이 크게 튀지 않는다는 건 위로도 크게 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AI 투자가 폭발했던 구간에 반도체는 몇 배씩 올랐는데, 같은 기간 콜라 회사는 그런 상승을 주지 않았어요. 급락장에서 덜 빠지는 대가로 상승장에서 덜 오르는 구조예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건 투자 기간과 감당할 수 있는 흔들림의 크기에 따라 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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